위루관 교체시술 사흘만에 숨진 56세 주부.
반복되는 의료의 "속도경쟁" 환자는 누구를 위한 진료를 받는가.
◆4년동안 문제없던 위루관을 교체했을 뿐인데, 왜 사흘만에 복막염으로 숨졌나
56세 가정주부 김연주(가명)씨의 죽음을 둘러싸고 유가족의 의문이 커지고 있다.
연주씨는 2020년 식도암이 발병하여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에서 식도 제거 수술과 위루관 삽입술(복부를 통해 직접 관을 넣어 영양과 약물을 공급하는 수술)을 받은 뒤 별다른 문제 없이 일상적인 생활을 해왔다,
이후 1년에 두 차례 정기적으로 세브란스병원에서 위루관을 교체하는 시술을 받아왔다.
2026년5월 위루관 교체시기가 되어 해당병원을 찾았으나 담당 교수의 일정등으로 세브란스 병원에서의 위루관 시술이 불가했고, 세브란스벙원에서 소개한 00영상의학과 병원에서 위루관 교체 시술을 받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당시 기존 위루관이 들어가 있던 부위가 헐거워져 기존보다 조금 큰 사이즈의 관으로 교체했고(이 내용은 시술 후 담당 의사로 부터 위루관 사이즈 변경 내용을 통보 받음), 시술은 10분여 정도 결렸다고 가족들은 설명한다. 이전 세브란스병원에서 받았던 교체 시술에는 평균 30분 가까이 걸렸다는 것이 가족들의 설명이다.
문제는 시술 이후부터 시작됐다. 퇴원한지 2~3시간 만에 심한 복통이 발생했고, 병원에 문의하자 담당 주치의가 아닌 병원 관계자로부터 시술 후 복통이 발생하는 일은 드물지 않게 일어나는 일이니 진통제를 복용하며 경과를 지켜보라는 안내을 받았다. 진통제 복용 후 복통은 호전 되었지만 다음날에도 복통이 계속되었고 가족들은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병원측의 안내를 믿고 진통제를 계속 투여하며 상태가 나아지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날 오후 복통이 급격히 악화됐고, 결국 의정부 소재 00종합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연주씨는 복막염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았지만 상태가 급속도로 악화돼 새벽 3시경 숨졌다.
유가족은 의료사고 가능성을 제기하며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을 신청했다. 현재 해당 영상의학과는 중재원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적정하고 적절한 의료행위"를 했다는 취지로 책임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루관 교체 뒤 복막염..... 가능한 원인은 무엇인가
위루관 교체 후 복막염이 발생하는 것은 의학적으로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것은 "위루관의 위치 이상, 위벽이나 위루 통로의 손상,위 내용물이나 영양액의 복강내 누출, 천공 등"이다
특히 새로운 위루관이 위 내부가 아닌 복강쪽으로 잘못 위치하거나, 기존의 위루관 통로가 손상돼 위와 복벽 사이에 위 내용물이 새면 복막염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히 "시술 후 복막염이 생겼다"는 결과가 아니라, 시술당시 위루관이 정확한 위치에 삽입됐는지, 시술과정에서 위벽 또는 기존 통로에 손상이 발생했는지, 복강내 누출이 있었는지를 객관적인 자료로 확인하는 일이다.
◆사흘만에 사망..... 합병증인가 예방하 수 있었던 사고인가
위루관 교체와 사망 사이에 시간적 선후관계가 있다고 해서 의료과실이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는 시술 후 불과 서너 시간 만에 복통이 발생했고, 다음날에도 반복됐으며, 3일 이내에 중증 복막염으로 진행했다는 점에서 그 원인을 면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시술 후 발생한 복통을 어떻게 판단하고 대응했느냐다. 당시 환자의 혈압과 맥박, 발열 여부, 복부진찰, 통증의 강도와 지속시간 등을 확인했는지, 필요하다면 CT나 다른 영상검사를 통해 위루관의 위치와 복강내 누출 여부를 확인했어야 하는 상황은 아니었는지 살펴봐야 한다. 결국 법적.의학적 중요한 질문은 두 가지다.
첫째.시술과정에 잘못이 있었는가.
둘째.설령 초기에 합병증이 발생했다 하더라도 이를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했다면 사망을 막거나 위험을 낮출 수 있었는가.
◆늘어나는 의료수요, 병원은 "속도경쟁"에 내몰리고 있나
이번 사건은 한 개인의 의료사고 의혹을 넘어 우리 의료 현실에 대한 질문도 던진다.
대한민국은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계속 커지고 있다. 동시에 병원간 환자 유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인터넷과 유튜브 방송 등에서는 "임풀란트 1개 20만원" 과 같은 파격적인 가격을 내세우거나, 특정 질환과 시술을 전문 분야로 내세우며 환자를 집중적으로 유치하는 병원 광고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물론 많은 환자를 유치한다고 해서 치료를 소홀히 한다는 뜻은 아니다.
어떤 특정 병원은 환자가 많아 진료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진행 한다는 사실 자체가 의료의 질이 낮다는 증거도 아니다. 하지만 의료가 점점 "효율"과 "처리속도"를 중시하는 구조로 변하면서, 환자 한 사람의 특성과 예상하지 못한 이상 징후를 충분히 살피는 데 소홀함이 생길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제기될 수 있다.
특히 일정한 시술을 반복적으로 시행하는 과정에서 의료진에게 익숙함과 매너리즘이 생긴다면, 대부분의 환자에게는 문제가 없었던 표준적인 과정이 특정 환자에게는 위험요인이 될 수도 있다.
이번 사건에서도 유가족이 주목하는 부분은 바로 이 지점이다.
"시술 자체가 지나치게 짧았던 것이 문제가 아닌가, 한 사람의 환자를 충분히 살피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까지 세심하게 확인했는가. 환자 가족이 이상증세를 알렸을 때 병원의 후속 조치는 의료적으로 신속하고 적절했는가" 라는 것이다.
◆대량생산형 의료가 되지 않으려면
의료는 공장에서 동일한 상품을 반복 생산하는 것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같은 질환, 같은 시술이라고 하더라도 환자의 나이와 과거 병력이나 수술력, 해부학적 구조, 기존 위루관의 상태, 조직의 변화등에 따라 위험요인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주씨 역시 이미 식도암 수술과 위루관 삽입술을 받은 환자였고, 4년동안 같은 위루관을 사용해 온 만큼 단순한 "일반환자"로 접근하기보다 기존의 상태를 충분히 확인한 뒤 교체했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가족들은 묻고 있다.
현 단계에서 00영상의학과 병원이 환자를 성의 없이 부실한 진료를 했다고 단정 할 근거는 많지않다.
의료기관이 많은 환자를 진료하더라도 한 명의 환자에게 예외적인 위험이 존재하는지 확인하는 절차와 시술 후 이상 증상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시스템을 갖춰져 있었냐 하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안타깝게 돌아가신 고인의 명복을 빌며, 본보는 의료분쟁중재원의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으며 그 결과가 나오는대로 후속 보도를 이어갈 방침이다.
취재본부장 신윤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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